가사 배우자상속비율, 대다수는 법정 비율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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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5.23본문

'세상은 온갖 변수와의 싸움입니다.'
처음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 일은 많지 않죠.
특히 누군가의 권리를 찾아주고, 또 방어하는 일을 하다 보니 그 사실을 매일 새삼스럽게 깨달을 때가 많습니다.
가까운 예로, 보험도 가입할 땐 모든 걸 보장해 줄 것 같지만, 막상 사고가 나면 약관의 세부 규정, 면책조항, 한도 등 여러 변수가 등장하잖아요?
처음의 '보장'과 '실제로 받는 것'이 다르다는 걸 그제야 깨닫죠.
배우자상속비율도 같은 맥락이에요.
'배우자는 다른 상속인보다 더 많은 몫을 가진다'는 그 규정.
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그 비율대로 받을 수 있으리라 믿는 건 순진합니다.
때로는 명시된 원칙보다 보이지 않는 변수가 더 중요하거든요.
'원칙'은 이렇습니다
우선은 기본 원칙부터 먼저 설명해 드릴게요.
상속에서 배우자상속비율은 기본적으로 이렇게 정해집니다.
다른 공동상속인(자녀나 부모)은 각 1, 배우자는 1.5배를 가져가는 구조예요.
예를 들어, 자녀가 둘이고 배우자가 있다면 몫은 총 3.5가 되고, 퍼센트로 하면 배우자는 그중 약 43% 정도를 받는 거죠.
이게 법이 정한 ‘기본값’입니다.
그런데, 기본값이 반드시 그 비율대로 나누라는 뜻은 아니에요.
"어머니가 병간호를 오래 하셨으니까 더 드리자."
"큰 애가 이미 집을 받았으니, 이번엔 적게 받자."
이처럼 협의가 필요할 땐 상속인들이 서로 협의해서 비율을 조정할 수도 있어요.
이런 합의가 이루어지면 법정 비율은 참고사항일 뿐, 실제로는 가족들이 정한 방식으로 상속재산을 나누면 되죠.
이때, 만약 '한 사람'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협의는 무효예요.
그땐 법원에 상속재산분할청구를 하고, 판결 결과에 따라 배분하면 됩니다.
그리고 상속재산분할청구시 “나는 더 받아야 한다"라고 생각한다면, 이때 ‘기여분’을 주장하면 돼요.
고인의 삶에 대한 특별한 기여가 인정되면, 기여한 만큼 상속분에 더해 받을 수 있도록 한 법적 제도거든요.
▶ 기여가 인정되는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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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배우자가 고인의 병을 수십 년 간호하였다면?
고인이 생전 행한 사업에 비용을 투자했다면?
이런 통상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여가 있다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요.
다시 정리하자면, 법정 배우자상속비율은 ‘원칙’일 뿐입니다.
가족끼리 협의할 수도, 협의가 안 되면 법적 분할 절차로, 필요하면 기여분까지 주장해서 조정할 수 있는 구조예요.
그리고 이건 변수가 등장하기 전의 '기본 규정'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고요.
'변수'는 이렇습니다.
하지만 실제 상속 현장에서는 법에 정해진 상속비율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요.
바로 변수들이 개입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상속에서 '원칙'이라는 판을 바꾸는 변수는 고인의 채무, 유언장, 생전 증여, 사실혼 등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만약 고인이 생전에 배우자가 아닌 특정인에게 재산을 몰아주는 내용으로 유언장을 썼다면?
물론 이런 경우엔 유류분 반환 청구로 일정 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법으로 정해진 배우자상속비율의 절반밖에 되지 않죠.
생전에 재산을 증여한 경우라면?
상속분 산정이 달라지는 변수가 됩니다. 이미 받은 사람은 상속에서 제외되거나, 그 몫이 줄어들죠.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에 대해
한 푼의 몫도 인정받지 못하는 건 억울한 일이죠.
© 네이버 지식in
그런데 여러 변수 중에서도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는 사례, 바로 사실혼인데요.
요즘엔 신혼·재혼을 불문하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는 분들도 많아졌기 때문이에요.
만약 법적으로 혼인신고가 되지 않은 사실혼이라면 그 배우자는 상속권이 없습니다.
사실혼이 다른 부분은 법적 배우자에 준하는 대우를 받지만, 상속만큼은 예외가 되거든요. 수십 년을 함께 살았어도, 서류상 혼인이 아니면 상속인이 아니라 제3자일 뿐이에요.
정리하면 법정 상속비율이라는 원칙이 있지만, 현실은 변수가 그 원칙을 지키게 두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은 '변수 관리 싸움'
의뢰인 C 씨는 남편과 두 번째 결혼으로 만난 분이셨어요.
남편에겐 전처소생의 자녀 둘이 있었고, C 씨와의 사이에서는 자녀가 없는 채로 돌아가셨죠.
남편의 자녀들은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법정 비율대로 나누자며 협의를 요청했는데요.
문제는 남편의 큰아들이 생전에 받았던 고인의 건물과 예금을 상속재산에서 제외하고, 남은 재산에서 상속분할을 시도하려 한 점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C 씨는 법정 배우자상속비율은 받더라도, 실제 받아야 할 몫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 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저는 두 가지 대응 방향을 잡았어요.
첫째, 생전 증여된 재산의 반환 주장.
상속개시 전 10년 이내 증여는 특별수익 산입이 원칙이고, 특히 편법적 분할 회피 성격이면 시기와 관계없이 특별수익으로 산입되는 점을 주장했습니다.
둘째, 기여분 주장.
남편의 투병 시기 동안 C 씨가 병원비와 간병비, 생활비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고인의 건물 관리를 도맡은 점을 강조해 기여분을 반영해 C 씨의 상속분을 상향 요청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큰아들이 받은 생전 증여 대부분을 상속재산으로 환산했고, C 씨의 기여분까지 인정해 배우자상속비율(43%)을 넘는 전체 재산의 약 58%를 받으실 수 있게 되었죠.
대부분의 법적 다툼이 1:1 관계인 것과 달리 상속은 다수가 이익을 다투다 보니 변수 관리가 핵심이에요.
변수에 끌려갈지, 변수를 통제할지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택하실 건가요?
얼마나 정성을 쏟을지에 따라
시선의 넓이가 달라지고,
의뢰인이 얻는 결과가 달라져요.
전략과 기술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은 '마음'이에요.
FROM. 이혼·가사 전문 변호사 전지민 변호사